14시 공연이므로 13시까지 도착하도록 합니다.
주말의 늦잠도 날려보내서 부지런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문화생활입니다.
오늘의 행선지는 잠실에 있는 샤롯데시어터입니다.
잠실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살짝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의 바랏두르는 여전히 건재하더군요 'ㅅ'
1층에 마련된 포토존.
저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에 있는 팬텀의 가면으로 인증샷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냥 구경만 합니다.
보통은 1시간 먼저 가는데 오늘은 살짝 서둘러서 70분 먼저 도착했더니 앞에 1팀뿐이 없더군요.
그분들은 서로 이거저거 다 해보면서 5분가량을 단독으로 포토존 쓰셨습니다.
이래서 공연장은 일단 빨리 와야 합니다 :)
사람이 많아져서 사진촬영을 줄 서서 오래 기다리게 되기 전에 후딱 한바퀴 돌아서 해치워야 합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 캐스팅보드를 찾습니다.
오늘 낮공연의 전체 배우들.
뮤지컬 팬텀은 일반적인 연기+노래뿐 아니라 발레까지 들어가는 종합장르입니다.
그래서 전문 발레리노/발레리나들도 섭외해서 쓰지요.
첫줄 제일 우측에 두 분 역시 발레때문에 섭외된 분들이에요.
그리고 주연들 중에서도 주연인 팬텀과 크리스틴 배우.
여러 영상과 평가를 보고 제가 선택한 분은 이지혜 배우님이에요.
이지혜 배우님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낮에 나오면서 괜찮은 자리의 표가 있는곳을 찾은게 오늘 공연이었습니다.
...라는건 팬텀 배우는 별로 신경 안썼다는건데 예매하고 보니 규현 배우였네요 'ㅅ'
사진 다 찍었으니 이제 MD상품을 쓸어볼 차례입니다!
언제나 남는건 프로그램북이라는 신념으로 구매했습니다.
사려고 보니 팬텀은 대본북, 특정 배우의 포토북도 팔더군요.
대본복은 나중에 마음이 가면 사기로 하고 이번엔 참아봅니다.
그리고 이지혜 배우의 포토북은 왜 안파냐! EMK는 각성하라!
팬텀은 MD상품의 퀄리티가 꽤 좋았어요.
티켓북과 뱃지 하나도 같이 구매합니다.
다 합해서 4만2천원 ㄷㄷㄷ
3층엔 뭐 있나 올라와봤다가 아무것도 없길래 그냥 내부 모습이나 한장 찍었습니다.
뮤지컬 전용 공연장이라는 이름답게 실내 인테리어도 그런쪽으로 꼼꼼하게 배치해놓은 느낌이었어요.
남자직원들은 수첩 가지고 다니면서 뭔가를 계속 기록하고 들여다보는데 뭐였을까 궁금하네요.
공연장 내부는 촬영 금지니까 당연히 사진 없다!
매번 갈때마다 어떻게든 공연장 안에서 자기 티켓과 함께 무대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은근 많더군요.
그 때문에 직원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 계단을 오가면서 목아프게 촬영금지 외치고 다녀야 했어요.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라....
샤롯데시어터도 생각보다 관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웠습니다.
12열인데도 무대 중간쯤에 서있는 배우들의 표정이 다 보이더군요. (안경 쓰고 교정시력 1.1~1.2입니다)
관객의 눈높이와 무대의 높이도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맞춰져 있었어요.
음향은 살짝 울리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마 마이크 위치에 따라 그런거 같았어요.
전체적으로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공연은 1막 90분, 인터미션 20분, 2막 70분으로 총 180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무대 세트도 다양하게 쓰고 의상과 분위기도 화려해서 눈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1막은 크리스틴이 엄청난 가창력과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주도합니다. 조명도 밝고 따듯한 톤이 대부분이죠.
반대로 2막은 많이 가라앉고 어두운 분위기로 팬텀과 카리에르의 연기력이 극을 이끌고 나갑니다.
결말은 스포니까 안알랴줌 'ㅅ'
다만 배우와 관객들의 감정을 한 100정도까지 쭉 올렸다가 1초만에 0으로 뚝 떨어뜨리면서 종료되는건 살짝 당황스러웠어요.
나쁘다, 안좋다의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당황.
집에 오면서 작품의 내용들을 곱씹어보니 충분히 괜찮은 엔딩이었던거 같아요.
제가 꼽은 오늘 최고의 배우는 역시 이지혜 배우였어요.
상황에 따른 연기력이 좋은데 거기에 대사할때의 발성과 노래할때의 고운 목소리까지 흠잡을곳이 없었습니다.
크리스틴 배역은 김소현 배우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지혜 배우도 믿고 선택하셔도 됩니다. 강력추천!!!!
또 한명의 베스트는 마담 카를로타를 연기한 신영숙 배우였어요.
남편인 숄레 역의 정철호 배우와 주고받는 개그 연기도 좋았지만 무대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디바의 역할을 정말 잘 해내셨어요.
노래를 잘 못하는 디바라는 컨셉인데.... 잘하시던데?!!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척 하면 다들 일부러 저러네 하면서 끄덕끄덕 하는거 있잖아요. 관객들 마음이 그랬습니다 :)
마담 카를로타는 악역인데도 커튼콜때 팬텀, 크리스틴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셨답니다 +_+
반대로 조금 아쉬웠던건 샹동 백작.
배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배우님은 훌륭하게 연기하고 노래하셨어요.
샹동 백작은 분명 중요한 임무를 맡은 배역임에도 대본때문인지 별로 나오질 않더군요.
크리스틴을 캐스팅하고 팬텀과 연적이 되는 사이인데 출연시간이 이러는건 너무한거 아닙니까...
그럼 팬텀 역의 규현 배우는 어땠느냐!
개인적으로는 명색이 오페라의 유령인데 오페라에 쓰는 성악 창법을 못쓰는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원래 가창력이 있는데다가 성악 창법을 절반정도는 따라가시더라구요.
게다가 연기도 나름 오래 하다보니 경험치가 잘 쌓였는지 목소리톤이나 대사전달력이나 다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뮤지컬 배우가 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티켓파워를 갖췄다는게 개인의 인기와 팬덤보다도 스스로 배우로써 인정받은 결과가 아닌가 하네요.
팬텀은 절대 가면을 벗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걸 작품 내내 얘기하다가 커튼콜 마지막에 배우가 관객을 등지고 뒤돌아서 가면을 벗어서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듭니다.
그러고 몸을 관객석쪽으로 돌리는 순간!!!
조명이 아주 어두워지면서 실루엣만 보이게 됩니다... 조명감독 너 내려와 임마!!
실루엣만 보이는 팬텀이 손을 흔들고 인사하면서 퇴장하면 커튼콜도 마무리되지요 :)
구매한 티켓북에 그동안 관람한 티켓들을 넣어봤습니다.
돈을 쓴 가치가 충분하군요 헉헉
오늘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본 배역이 이지혜 배우의 크리스틴이었으니 크리스틴 관련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길거리에서 악보를 팔면서 먹고 살던 크리스틴을 샹동 백작이 우연히 노래소리를 듣고 캐스팅하는데요.
샹동 백작은 잘생기고 인기있고 돈이 넘쳐나고 또한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최대 후원자였어요.
하지만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디바인 마담 카를로타는 크리스틴을 마음에 안들어했죠.
자기보다 노래를 잘하거나 예쁘면 다 내쫓았다고 합니다 'ㅅ'
그러나 크리스틴을 여기에 꽂은게 샹동 백작이다 보니 내쫓을수는 없어서 노래는 안가르치고 의상팀 일을 맡기게 됩니다.
의상팀 일을 하다가 혼자서 부르던 노래를 팬텀이 듣고 반하게 됩니다.
다만 목소리는 좋은데 훈련을 받지 못해서 제대로 된 소리가 갇혀있다며 비밀레슨을 해줍니다.
시간이 흘러 레슨이 모두 끝났지만 파리 오페라 하우스는 오디션을 열지 않았습니다.
마담 카를로타가 자기 혼자면 된다면서 신인가수를 아예 안뽑았거든요.
그러자 크리스틴이 노래할 곳은 오디션장이 아니라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건너편에 있는 비스트로라고 합니다.
비스트로는 프랑스에서 격이 높지 않은 식당을 의미해요.
그곳에서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후원자들을 위한 작은 행사가 있는데 거기서 노래를 하자는거죠.
이 영상은 그래서 단순히 크리스틴이 노래를 한다가 아니라 더 큰 의미가 붙어있게 됩니다.
팬텀이 크리스틴의 재능을 끝까지 발휘할 수 있게 훈련을 시킨 이후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노래를 하는 씬이거든요.
크리스틴의 첫 등장씬부터 1부 마지막까지의 여정을 이 한 곡에 담았다 해도 무방합니다.
또한 그것을 함축적으로 연기하는 느낌으로 노래해야 하구요.
맨 처음에 '멜로디~ 멜로디~' 하는 가사는 길거리에서 크리스틴이 혼자 흥얼거리던 노래가사입니다.
그 목소리를 샹동 백작이 알아보고 캐스팅했었죠.
당연히 웬만한 사람들은 목소리 좋고 노래 잘하니까 좋다 정도의 호감을 보이던 때입니다.
0:30 마담 카를로타가 노래는 잘하네. 귀엽다! 하면서 크리스틴을 칭찬하는 척 도발합니다.
그러자 크리스틴이 팬텀에게 교육받은데로 좀 더 자신있게 내지르기 시작합니다.
1:11 크리스틴의 다듬어진 목소리에 처음으로 끌려온 사람이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크리스틴의 음을 바이올린으로 그대로 따라서 반복하죠.
그에 자신감을 얻은 크리스틴은 자신의 가창력을 모두 폭발시킵니다.
1:51 비스트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감탄하여 크리스틴을 찬양합니다. 마담 카를로타만 빼구요 :)
공연장의 음향 효과와 조명이 어우러졌을때 저는 정말 감동받아서 살짝 과장하면 눈물 한방울 떨궜답니다 'ㅅ'
이렇게 해서 크리스틴은 자신이 파리 최고의 가수라고 불리울 자격이 충분하다는걸 증명하면서 영상이 마무리됩니다.
재능은 있으나 어떻게 발휘하고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랐던 사람이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는걸 5분이 살짝 안되는 노래로 축약한 넘버입니다.
곡의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걸 잘 소화한 배우님도 최고셨어요.
저 영상에서도 잘 들어보면 제일 처음에 '멜로디~ 멜로디~' 하는 부분은 힘을 빼고 노래 잘하는 일반인처럼 부르다가 후반부의 (4:21) 멜로디~ 부분은 힘차고 단단하면서 고운 전문가의 목소리로 부릅니다 +_+
역시 성악과 수석졸업이다....
뮤지컬에서는 데뷔부터 쭉 주연급 역할만 하다가 영화도 딱 한번 나간게 기생충에서 성악을 하는 장면이었다고 하네요.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데뷔 ㄷㄷ)
자기 전에 이지혜 배우님 비스트로 한 번 더 듣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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