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Privacy/Diary 2015. 4. 17. 04:05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슬럼프가 시작된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그것을 인지하기 시작한건 작년말이었고 이건 정말 확실하구나 한건 저번달부터다.
계절을 타는건 아니다. 바깥의 기온이 변하고 날씨가 변해도 기분은 항상 그대로이다. 좋아하는 스포츠팀이 이기건 지건 별 감흥도 안생기고 여러가지 영화를 봐도, 게임을 해봐도 역시 크게 달라지는건 없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니 괜히 주변의 사람들한테 투정도 부려보고 더 친하게 달라붙어도 본다. 다행히 받아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짓도 역시 오래 할만한게 못된다. 일단 나 자신부터가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하는 자괴감에 빠지고 더욱 눈치를 보게 되니 말이다.
  이제는 나와서 잠깐 수다나 떨자는 사람의 제안도 그 사람의 연애를 핑계삼아서 거절한다. 정확히는 내가 그쪽 커플을 다 친하게 아니까 연애초창기엔 둘이서만 많이 신경쓰라고 빠져주는게 50%, 나 자신의 슬럼프로 인한게 50%다.

  현재의 상황을 돌파해보자 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거창한건 아니다. 그냥 간단한 런닝, 실내에서의 스쿼트와 플랭크, 스트레칭이 끝이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하면 목표가 없이 금방 그만둘것 같아서 기준을 정했다. 7월 중순까지 58kg 도달.
  좋은건지 나쁜건지 입맛이 없는게 크게 도움이 된다. 예전에도 혼자 있을땐 잘 안챙겨먹었는데 그게 좀 더 심해져서 감량은 참 편하게 된다.
안먹고 운동하면 힘들어서 못하겠지 하는 우려와 다르게 아직까진 하루 8~10km 런닝과 한두시간의 맨손운동이 전혀 힘들지 않다. 그동안 몸에 쌓인 열량이 넘쳐나나보다.

  목표일까지 남은건 3달, 목표치까진 4kg 남았다.
사실 이게 성공할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매일 운동하는건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내가 안했으니 실패했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할 말은 남지.

  운동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옷차림도 점점 가벼워지고 다들 참 표정이 밝아서 좋다.
문득 집에서 옷장을 열어보았다. 10년째 같은 옷과 같은 스타일. 귀찮다는 핑계로 그대로 꺼내입고 다니지만 역시 그정도 입으니 질리긴 하다.
  하지만 새로운 코디는 역시 어려운 도전이다. 특히 나처럼 패션이 뭔가요 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마 올해도 결국 이 옷으로 입고 다니겠지.
거의 10년을 입은 봄잠바는 이제 소매끝이 살살 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냥 운동복 대용으로 쓴다. 바람 적당히 막아주고 땀 안스며들고 낡아서 막 입고 다녀도 되니 참 훌륭하지.

  이 기나긴 침울함이 어서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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