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기도 다카요시, 야마구치 나오요시, 이와쿠라 도모미, 이토 히로부미, 오쿠보 도시미치)


  사절단 일행은 샌프란시스코의 그랜드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랜드호텔은 5층 건물로 객실이 300개이고 120평의 식당에서는 한꺼번에 30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규모였다. 1층에는 목욕탕, 이발소, 당구장 등 휴게시설이 있었다.
 
 객실로 가려고 하자 '노비'가 안내하였다. '노비'는 그를 한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서양인 남녀 2~3명이 있었다. 방문이 닫히자 순식간에 덜컹 하는 소리를 내며 끌려 올라갔다. 방은 도중에 멈추고 문이 열리자 서양인들이 밖으로 나갔다. 두번째 멈췄을 때 내리라고 하여 내렸더니 객실이 보였다. (객실은 엘리베이터였던 것이다)
  객실에 안내되어 들어가 보니 방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객좌(客座:소파), 침좌(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별도로 목욕실, 수세식 변소, 수반(水盤:세면대)이 있었고 벽에는 가스등이 걸려 있었다. 수반에서 얼굴을 씻었는데 '기계'를 돌리면 물이 나왔다. 방에서 '노비'를 부를 수도 있었다. 전선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장치를 누르면 알림소리가 100보 밖에서 울리고 '노비'가 달려왔다. 방에는 책상이 있어서 쓸 수가 있고, 거울이 있어서 비출 수 있었다. 비누, 수건, 성냥, 소반, 화로(스토브), 꽃병까지 각 방에 준비되어 있었다.

  사절단 일행 중에는 언어소통이 부자유하여 매우 불편해 하는 자들도 있었다. 한 수행원이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노비'에게 설탕과 냉수를 갖다 달라고 하였다. 그는 일본에서 피곤할 때는 언제나 냉수에 설탕을 타서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슈가 안도 와타"라고 '노비'에게 큰소리로 말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노비'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담배와 버터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감히 '노비'가 신분이 고귀한 일본 무사를 모욕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일본에서라면 그 자리에서 무례를 범한 '노비'의 목을 베었을 터인데, 미국이었기 때문에 분을 삭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부연설명: sugar and water를 일본인이 "슈가 안도 와타"라고 발음하자, 웨이터는 "시가 앤 버터"로 들었을 것이다)

  인근에서 미국인들과 자주 마주쳤는데, 눈쌀을 매우 찌푸리게 만든 것은 남녀의 풍속이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하여 너무나 연약하게 행동하였기 때문이다. 부부가 호텔의 복도를 걸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 잡고 걸었을 뿐만이 아니라 남편의 부인에 대한 태도는 마치 시녀나 급사가 주인에게 시중드는 것과 같았다. 마차를 탈 때에는 부인의 허리를 안아서 태워주고, 장갑을 낄 때에는 끼워주고, 앉을 때에는 의자를 당겨서 잘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동양에서는 시녀가 하는 일을 아무 부끄럼 없이 남자가 하고 있었다. 한 번은 사절단 일행이 어느 부호의 만찬에 초대된 적이 있었는데, 부인이 자리에 앉아서 손님을 접대하고 정작 부호인 남편은 말석에 앉아서 집사가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천지를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비천한' 세상이었다.
  미국의 이런 '하열(下劣)한 풍속'은 샌프란시스코가 금은광이 개발되자 몰려든 수준 낮은 서양인들의 소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양의 '문명지방'에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서양 풍속의 진상에 대한 판단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워싱턴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가진 파티장에서의 일화)
  대사를 비롯한 모든 일행은 예복을 갖추어 입고 긴 복도에 서서 내빈객을 맞이하였다. 파티가 시작되자 남자는 음식을 처자에게 나누어 주었고, 여자들은 의자에 앉아서 명령하였다. 음악이 연주되자 내빈의 처녀들은 남자와 서로 껴안고 춤을 추었다. '하열한 풍속'은 미국서부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자제력이 미약한 성품으로, 욕망과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매우 보기 흉한 습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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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전권대사미구회람실기'의 원문은 아니고 읽기 편하게 수정한 글입니다.
이 책은 1871년 요코하마에서 출발한 일본의 사절단 48인이 서양 12개국을 돌아보며 쓴 내용입니다.
새로운 문화와 마주했을때 느껴지는 문화적 차이와 그에 대한 충격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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