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전철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때마침 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 아침엔 비가 안왔기 때문에 우산을 준비 안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전철역으로 가는 길은 하나뿐이고, 오래 다니다 보니 누가 전철을 타러 가는지도 걸음걸이만 봐도 대충 파악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길에 사람이 많아서 우산을 펴든채로 걷다 보니 이리저리 밀리고 하다가 우연히 손바닥으로 머리를 가리고 비를 막으며 걷는 여성분에게 우산을 씌워주게 되었다. 다른 곳으로 피할 공간이 있는거도 아니고(퇴근길 혼잡함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뭔가 추행을 저지르거나 시도한거도 아니고, 나름 어디 가서 친절하거나 순하게 생겼다는 소리는 들어도 인상 드럽다는 소리는 안듣고 살아온지라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 그 아가씨가 대뜸 나한테 따진다.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하는가 하고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이럴땐 사실대로 말하는게 제일이지.

 "사람이 많은데 우산을 접을수 없어서 밀리다 보니 그리 된 것 같습니다. 불쾌하시다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

 이 분이 보자보자 하니 뭔가 이상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작업 거느라 그랬다고 생각하는건가. 그리고 그런 여자가 대체 뭐하는 여자인거야. 남의 우산 안쓰는 여자? 비는 당당하게 맞는 여자?
 더 따져봐야 단단히 뿔난거 같아서 그냥 대충 사과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참 기분나쁜 일이다. 도대체 '그런 여자'는 뭐하는 여자인걸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붙이자면... 전 당신처럼 그렇게 귀신같이 화장한 여자 무서워서 별로거든요 -ㅅ-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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