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시작했던게 언제인가 따져보니 고3때 수능이 끝나고 나서 학교에서 단체로 강제관람 시켰던 때였습니다. 시험은 끝났는데 학생들 출석은 채워야 하고, 그렇다고 공부 시킬게 남은거도 아닌 상황에서 남는건 이런 단체관람 뿐이었습니다. 그때가 되서야 극장을 처음 가봤습니다. 문화생활과 거리가 먼 청소년기를 보냈구나 하는게 느껴지는군요.

  당시 무엇을 보겠느냐 하는 후보군에 오른게 '접속'과 '스타쉽 트루퍼스'였는데, 액션영화가 좋다는 모두의 바람과는 반대로 '접속'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타쉽 트루퍼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 안된다고 하더군요. 실망한 애들은 그냥 출석부 표시만 해놓고 도망가기도 했지만 저는 극장이 궁금해서 친구들과 같이 봤습니다.
  뭐, 영화평은 다들 알다시피 수작이라고 소문났죠. 저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한번 시행한게 성과가 괜찮구나 느껴지면 또 하는게 교직의 기본입니다. 2주 후에 단체관람을 또 끌려갔습니다.
  이번에 본 영화는 '콘택트'. '접속'의 관람소감이 만족스러워서 이번에도 쭉 남아서 봤는데 그냥 그랬습니다. '접속'을 안보고 도망갔던 친구들도 그거 괜찮았다는 얘기에 이번엔 많이 남아서 봤는데 많이 지루해 하더군요.
 그 후로 학교에서는 단체관람을 더이상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 자유의지를 갖고 처음으로 극장을 가서 본 영화는 '폰'입니다. 자유의지 생기는데 대학교 들어가고 4년이나 걸렸군요. (중간에 2년남짓은 군대로 인한거니 계산에서 그 부분을 감안합시다)
  공포영화라면 전설의 고향이 다였던 제 인생에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월광 소나타가 그렇게 무섭게 들릴 수 있구나 싶었고 주인공이었던 하지원씨가 참 아름답구나를 느끼고...(?)
  사람들 평가는 제각각이었던 영화였습니다. 이걸 공포영화라고 내놨냐 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국 공포영화의 발전이다 하는 사람도 있었고 말이죠. 저는 만족한 쪽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영화표를 관람할때마다 다 모았습니다. 모으다 보니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나중에 영화표를 보고 내가 이런거도 봤었지, 이거 재밌었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괜찮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그냥 영수증으로 끊어주는게 아쉽습니다. 영수증은 역시 모아놔도 보는 맛이 없달까요.
  그동안 모아둔 영화표를 나열해 봅니다.


2002: 폰 / 로드 투 퍼디션 / 레인 오브 파이어
2003: 클래식 / 원더풀 데이즈 / 언더월드 / 황산벌 / 사토라레 /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
2004: 라스트 사무라이 / 투모로우 / 에이리언vs프레데터 / 주홍글씨
2005: 말아톤 / 에비에이터 / 밀리언달러 베이비 / 스타워즈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 / 박수칠 때 떠나라 / 너는 내 운명 / 해리포터와 불의 잔
2006: 왕의 남자
2007: 바벨 / 300 / 검은집 / 조디악
2008: 데어 윌 비 블러드 / 신기전
2010: 셔터 아일랜드 / 하녀
2011: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2: 어벤져스 / 다크나이트 라이즈 / 광해


  정리하고 보니 2009년에는 극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니 시간의 여유가 많이 안나던 해였습니다. 2009년은 삼성라이온즈도 가을야구 실패하고 망한 시즌
  2004년 후반부터 2006년 초반까지가 제일 여유도 있고 돌아다닌 곳도 많던 때였습니다. 역시 20대 중반은 힘이 넘칩니다.

  영화를 본 이유도 다양합니다.
  친구들과 심심해서, 동호회원들끼리 뜻이 맞아서, 데이트 코스로, 정말 보고 싶어 혼자서 등등. 극장도 참 일관성 없이 여기저기 다 다녔군요. 지금은 없어진 극장도 보여서 기분이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위 작품들 중에 이건 진짜 돈아깝다 싶은건 '박수칠 때 떠나라'였습니다. 영화는 친구가 보여준건데도 돈아깝더라구요. 감독이 뭘 얘기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고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 그대로 멘탈붕괴 상태로 앉아있던 영화입니다. 아, 제가 느끼기에 그랬다는거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졸작이라는게 아니라 저에게는 그랬다는겁니다.
  반대로 이건 극장에 또 가서 봐도 훌륭할거다 했던건 '클래식'입니다. 연기, 감성,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 등등 모두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지금도 인생에서 가장 재밌게 본 영화를 뽑으라면 꼭 집어넣는 영화입니다.

  최근에 '호빗'과 '레미제라블'이 개봉했습니다. 둘 다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습니다.
  둘 중에 하나만 봐야 한다면 '레미제라블'을 선택하겠습니다. 다른 배우들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가장 기대됩니다. 예쁘장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맡은 배역들이 연기력이 필요한게 좀 됐거든요. 아만다 사이프리드에게서 '레터스 투 줄리엣'의 그런 배역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 역할이라고 하니 제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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